
김영하의 작품은 ‘살인자의 기억법’, ‘오직 두 사람’에 이어서 3번째 소설인데요, 한 작가가 썼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3가지 작품의 톤과 분위기가 모두 다르더라구요. 작별인사는 앞의 두 소설에 비해 가벼운 느낌입니다. 아기자기하죠. 그래서 술술 읽힙니다. 하지만 소설에서 담고자 하는 철학적 질문을 겉으로 드러내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죠.
지금으로부터 먼 미래, 사람보다 더 사람같은 인공지능 기계 휴머노이드가 인간과 힘겨루기를 하고, 결국 인간은 그들이 창조한 기계들에 의해 서서히 세상을 잠식당하고 멸망하게 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철이도 휴먼매터스라는 인공지능연구소에서 태어난 휴머노이드입니다. 스스로를 인간으로 알고 살아가지만, 선이라는 복제인간과 민이라는 또 다른 휴머노이드 그리고 달마를 만나 본인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되고 양쪽 사이의 모호한 정체성을 갖게 되죠. 달마와 선이의 논쟁은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이들의 대화에서 비롯된 질문과 이 소설의 결말은 우리에서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인간이란 무엇일까요.
철이는 겉모습으로 봐서는 인간과 전혀 차이가 없고, 사유를 하고 심지어 꿈도 꿉니다. 사색하고 공감하고 예술작품에 감명도 받죠. 대조적으로 소설속의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잔혹해지고 이성을 잃어갑니다. 과연 진정한 인간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일까요. 단순히 뼈와 살이 있고, 인간의 자궁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진정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책 속에서 휴머노이드들은 결국은 그들의 그릇이었던 몸을 버리고 네트워크를 통해 실제하게 되죠. 그들은 통합되고 개체의 구분은 사실상 무의미해집니다. 그에 비해 인간은 유한하고 분명한 개체성이 있죠. 네트워크를 통해 의식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것이 각 개체로서의 진정한 삶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인간으로서의 개체성과 유한성, 그리고 그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열정, 꿈, 다른 세계로의 동경이라는 것이 결국 인간이라는 실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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